[2013 현장 보고서 - 물은 기본권이다]팔레스타인
“이스라엘 허가 없인 하수도 설치 못하고 우물도 못 파”
ㆍ(3) 워터 아파르트헤이트 - 요르단강 서안지구 르포
ㆍ유대인 정착촌엔 수영장까지… 수십년 영토분쟁 ‘물 분배 차별’ 초래
“내가 우리 국민들, 어떤 상수도망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우리 국민들에게 어떻게 그 수영장의 존재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어떻게 이 나라 젊은이들에게 남의 물을 훔치지 말고 돈을 내고 사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스라엘 사람들은 과연 언제쯤이면 그들이 짓는 수영장 하나하나가 테러리스트들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까요.” (에릭 오르세나, <물의 미래> 중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진 도로가 이어졌다. 차창 밖에는 은백색으로 반짝이는 올리브 나무들이 펼쳐졌다. 한국의 짙푸른
숲과 달리 햇빛에 변색된 인쇄물처럼 바랜 빛깔이었다. 풍경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어김없이 검문소가 나타났다.
검문소에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이스라엘 군인들이 있다. 이스라엘에 있을 때는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던 이들과 눈도
맞추지 못했다. 차 안의 팔레스타인인과 동양인을 번갈아 보며 당황하던 병사의 얼굴을 곱씹는 사이 마르다 시에 도착했다.
팔레스타인 마을들의 모습은 한결같다. 돌벽으로 된 1~2층짜리 집들이 이어져 있고, 길은 마른 먼지에 덮여 있다.
그늘에는 생기를 잃은 어른들이 앉아 있고, 아이들의 조잘거리는 소리만 허공을 채웠다. 마르다 시의회 건물 앞에는 20대
청년 예닐곱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낯선 동양인에게 호기심을 보이더니 당신네 나라에는 어떻게 갈 수 있느냐고 묻는다.
팔레스타인을 떠나고 싶다고도 했다. 마르다는 인구가 3000명 정도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가장 큰 이스라엘 점령촌
(유대인 정착촌) 가운데 하나인 아리엘에 붙어 있다. 이곳은 1980년대 아리엘이 생긴 뒤 물 공급이 줄면서 황폐해졌다.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디르 이스티야에 사는 사프와트 마흐무드(58)가 지난 4월27일 페트병에
담은 물을 당나귀에 싣고 있다. 마흐무드는 올리브 나무에 줄 물을 뜨러 왔다. 과거에는 농사를 크게 지었
으나 정착촌이 생기면서 샘이 말라붙어 8년 전에 농사를 그만뒀다. 현재는 가족들이 먹을 양만큼 올리브
나무를 키우고 있다. 디르 이스티야 | 배문규 기자
■ “우리 우물은 말랐는데 저들은 수영장까지”
지난 4월 말 만난 마르다 시의회 의장 오사마 함디 호파시(50)는 “예전엔 1년 내내 물이 나오던 우물이 있었고 주변
마을까지도 물을 나눠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단 한 달, 비가 내려 물이 차는 1월에만 우물을 쓸 수 있다. 이제는 돈도 내야 한다. “과거에는 우리
물을 썼으니 돈을 낼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이스라엘에 1㎥당 4세켈(약 1250원)을 낸다. 얼마 전에는 마을에 물값으로 90만세켈을 요구했다.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는 돈이다.” 90만세켈이면 근 3억원이다. 이 돈은 결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대신 냈다.
마르다는 물이 마르기 전과 후 완전히 바뀌었다. 호파시는 역시 물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땅이 마르고
척박해져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 전에는 당신이 아는 모든 종류의 채소를 재배했다. 여름에는 토마토,
겨울에는 마늘. 비닐하우스까지 이용했지만, 이젠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돈이 많이 드니까.” 이스라엘
수자원공사 메코로트는 팔레스타인에도 물을 공급하고 있다. 마르다도 이론적으로는 돈만 내면 물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돈이 없다. 이젠 그나마 물이 덜 필요한 올리브 나무만 키운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30%가 실업자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데다 마을에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래서 저렇게 젊은 사람들도 놀고 있는 것이고.” 그는 창 밖에서 계속 떠들고 있는 청년들을 가리켰다. “사람들은
라말라(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로 떠나거나, 이스라엘의 건설노동자나 공장노동자로 살고 있다.”
호파시에겐 부양 가족이 11명이나 된다. 자녀 7명 중 큰아들은 결혼해 자식을 둘 낳았지만 일자리가 없다.
4명은 대학에 다닌다. 호파시는 오전에는 유대인 마을 아리엘에서 일하고 오후에 출근해 시의회 업무를 본다. “
아리엘에서 정원사 등으로 일한다.
거기 사람들은 수도를 틀면 물이 바로 나오고 마당도 가꾼다. 그쪽도 여름에는 물 쓰는 데 제한이 있는 것 같던데,
그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물탱크를 채워준다.” 하지만 정착촌에 밀린 마르다는 여름이면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아리엘에는 올림픽대회 규격의 공공 수영장이 2개나 있다. 100세켈이면 여름 내내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어느 집에는 이동식 플라스틱 풀도 있더라.”
호파시는 1985년부터 아리엘에서 일을 했다. 얼마 있으면 손자가 한 명 더 태어난다. 점령촌에서 일하는 느낌이
어떤지를 묻자 말없이 웃었다. “먹고살려면 다른 길이 없었다. 아리엘에만 일자리가 있었다. 마을을 떠날까 고민했지만,
남아 있는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우리 땅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위해 일하다보면 마음이 찢기는 듯 아프다.
” 인터뷰는 이름을 다시 묻는 질문에 자신은 ‘오사마’ 빈 라덴이 아니라는 농담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밖에서 떠들던
젊은이들은 그새 어디론가 떠나고 없었다.
호파시와의 인터뷰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물 정책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는 ‘워터 아파르트헤이트’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을 가리키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정확한 뜻은 ‘분리’다. 말 그대로 흑인들을 지리적·
정치적·사회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남아공 백인 정권은 아프리카인들을 종족별로 여러 지역에 격리시키고 명목상의 자치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척박한
땅에 내던져진 흑인들의 자립은 불가능했다. 결국 흑인들은 객지를 떠도는 노동자가 됐으며, 백인 경제는 종전대로
이들의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점령했다. 뒤에 요르단강 서안지구
에서 철수했지만 곳곳에 점령촌을 만들어놓고는 그곳들을 지킨다는 핑계로 사실상 점령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는 ‘구역 A, B, C’로 나뉘어 있다. A지구는 ‘팔레스타인 통제구역’, B지구는 자치정부에 행정권은 있지만 치안은
이스라엘과 함께 관리하는 ‘공동통제구역’, C지구는 ‘이스라엘 통제구역’이다. 서안 전체 면적 가운데 A지구는 11%, B지
구는 28%이며, C지구는 61%에 이른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다른 자치지역 가자지구에서도 철수했지만, 고강도
‘봉쇄’로 주민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이 세울 나라의 수도가 돼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그 땅도
‘통일된 예루살렘’이라는 이름으로 자기네 땅인 서예루살렘에 병합하기 위해 점령했다. 현재는 거대한 분리장벽으로 둘레를 쳐놨다.
팔레스타인은 1967년 이전 국경인 ‘그린라인’을 기준으로 독립국가를 세우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과 국제기구들은 이스라엘이 개발 명목으로 시행하는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자기네들의 지배를 공고화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그 중심에 유대인 정착촌과 물 분배가 있다. 개발도상국의 물 문제는 대개 ‘개발’의 문제이지만, 팔레스타인의 물 문제는 ‘정치’의 문제다.
■ “이스라엘에서 물은 명백한 팩트”
이스라엘의 3분의 1은 사막이다. 초대 총리 다비드 벤 구리온은 총리직에서 잠시 물러난 1954년 뉴욕타임스 매거진과
인터뷰를 했다. 벤 구리온은 ‘왜 나는 사막으로 은퇴했는가’라는 제목의 이 인터뷰에서 “총리는 단 한 사람만이 될 수
있지만, 사막에 꽃을 피우는 일은 수백, 수천, 수백만명이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직에서 완전 은퇴한 뒤 그는
네게브 사막의 키부츠 스데 보케르로 돌아가 생을 마쳤다. 사막에서 이스라엘의 미래를 본 그의 꿈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야에 뻥 뚫린 포장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린 끝에 철조망에 둘러싸인 마을을 발견했다. 정문을 통과하자 잘 가꾼 화단이
방문객을 맞았다.
주변에는 잔디밭이 깔려 있고, 길 옆으로는 꽃과 나무가 우거져 있었다. 앞서 달려온 사막과 대조적인 모습에 감탄과 황당함이
교차했다. 스데 보케르다.
이스라엘 농산물의 60%는 사막에서 생산된다. 물이 많은 곳은 사람이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스데 보케르도 전에는 사과와
올리브를 키웠지만 현재는 농사를 포기했다. 물 때문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현재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400여명 정도가 사
는데, 원주민은 130명 정도다.
스데 보케르는 연 강수량이 90㎜ 정도지만, 물을 쓰는 데 큰 불편은 없어보였다. 예쁜 꽃밭과 수영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밀은 갈릴리에서 300여㎞ 떨어진 이곳까지 연결된 수도관이었다. 이곳에 35년간 거주한 시설책임자 에레즈 야르데니(65)는
사막에서 키부츠를 일구는 데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이라고 했다. “먹든 농사를 짓든 가장 큰 문제는 물이었다. 초창기에는
물을 주변에서 트럭으로 실어왔다.” 이들은 수자원공사인 메코로트가 보내오는 물을 ‘성수’라고 불렀다. 야르데니는 “키부츠
에선 물 자체가 아니라 비용에 맞춰 물을 분배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원한다면 물을 얼마든지 쓸 수 있지만 물값이
비싸다는 것이다.
굳이 사막에 꽃밭을 가꾸고 수영장에 물을 채우는 이유가 궁금했다. “메코로트에서 오는 물은 분명히 비싸다.
하지만 주민들이 원했다. 꽃을 보고, 수영을 하고 싶어했다. 함께 결정을 해서 돈을 내기로 했다.” 팔레스타인의 마르다
사람들과 달리 이들에겐 물을 공급해줄 정부와 수자원공사가 있었고, 그 물을 살 돈이 있었다.
메코로트. 물을 찾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돌아다니는 동안 어디서나 들을 수 있던 이름이다. 메코로트는 이스라엘 물
소비량의 70%인 14억㎥를 공급한다. 메코로트 요르단지구 총책임자 요시 시미야(50)는 “이스라엘에서는 물을 마음껏 쓸 수 있다.
이것은 명백한 팩트(fact·사실)”라고 말했다. 주변국들과 다르게 자신들은 좋은 물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을 최대한 활용하는
우리에게는 오수조차 중요한 수자원이다”, “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주말에는 단 9명이 전체 물 관리를 한다” 등등 그의 설명을
듣는 동안 어느 순간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계획대로라면 2014년 수자원 관리에서 ‘혁명적’ 변화를 이루게 된다. 모든 담수화 시설이 완공돼 음용수의 60%를
바닷물 담수화로 얻게 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갈릴리 호수의 수위와 요르단강 서안 대수층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1999년부터 대규모 담수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미야는 “물의 지속가능한 공급을 위해 담수화에 관심을 두게 됐다.
갈릴리 호수의 수위를 회복시키고 의존도를 낮출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수자원을 통합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코로트의 목표는 자연에만 의존하지 않고, 물을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수원을 조정해 전체적인 수자원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면 갈릴리 호수의 물을 끌어쓰고, 비가 적게 내리면 담수화 시설을 가동하는
식이다.
담수화 시설을 최대한 가동하면 좋겠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네게브 주민들이 불만을 표현한 비싼 물값도 담수화 시설을
가동하면서 지난 3년 동안 일어난 변화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최대 수원인 요르단강 서안 대수층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 주변 국가들과의 공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시미야는 팔레
스타인이라는 단어를 꺼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했다. 요르단과 시리아를 봐라.
그들은 물이 없지만 우리는 물을 여기저기 나눠주고 있다. 이것이 팩트다.” 그는 정치적 이슈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팔레스타인도 자체 수원이 있지만 부족하기 때문에 메코로트가 물을 공급하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10년 안에 모든 물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우리의 노하우가 팔레스타인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시미야가 나간 뒤 설명을 해주던 기술자 데이비드 사피르(45)에게 다시 질문을 꺼냈다. 사피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우리는 팔레스타인에도 물을 보낸다. 하지만 테러 같은 복잡한 문제로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민감한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대답하긴 어렵다.”
이스라엘 네게브 사막의 스데 보케르 키부츠 주변에 있는 수자원공사 메코로트의 최남단 물탱크. 갈릴리
호수부터 사막까지 연결된 메코로트의 수도관 덕분에 사막에서도 물을 넉넉하게 쓴다.
■ “이스라엘 허락 없이는 우물도 못 판다”
팔레스타인에선 난민·정착촌·예루살렘·국경·보안·재소자와 더불어 물이 7대 문제로 꼽힌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5년 ‘합동물위원회(Joint Water Committee)’를 만들어 물 사용을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시로 만들어진 위원회는 아직도 임무를 끝내지 못했고, 인구가 늘어났음에도 물 분배량은 예전과 변함이 없다.
유대인 정착촌 아리엘을 사이에 두고 마르다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팔레스타인 마을 살피트. 이곳 농부 바삼 리직 알라(44)
는 하수가 흐르는 개천 옆에서 농사를 짓는다. 개천 옆으로 다가가자 차 안에까지 하수도 냄새가 들어왔다. 개천에는
구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는 오염된 물 때문에 나무가 병들고, 농산물의 상품성이 떨어지면서 화학비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아리엘에서 하수를 흘려보내면서 개천이 오염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비난은 아리엘뿐 아니라 팔레스타인 정부에도 향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93년 독일 정부가 정수
시설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스라엘도 살피트와 아리엘이 합의하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동의했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정부가 거부했다.
” 사업을 함께 추진하면 정착촌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의 무능 때문에 협상이 결렬되자 독일도
관심을 거뒀다”고 말했다.
라말라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물장관 샤다드 알 아틸리(46)는 점령 상태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유엔은 2010년 물에 대한 접근이 기본적인 인권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보장받지 못한다. 1967년 이래 요르단강 물은 손도 못 댄다. 서안의 대수층에서 물을 가져와야 하는데
이스라엘이 물 공급량을 정해놨다. 우물도 못 파고, 하수 처리시설도 짓지 못하게 한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어떻게 하란 말인가.
”아틸리 장관은 합동물위원회 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협의체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점령국인 이스라엘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우리가 낸 계획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승인하지 않는다. 1997년에 제출한 제안서가 아직도 대기 상태다.
이것이 현실이다.” 서안에선 A지구에서 사업을 시작해도 B, C지구를 통과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간신히 사업승인을 받아도
C지구는 이스라엘 민정국 관할이라 추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여러 부서를 돌다 사업이 무산된다. 다시 무언가 사업을
벌이려 하면, 남은 곳은 역시나 가장 넓은 C지구다.”
담담히 대화를 시작했던 아틸리 장관은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빨라졌다. 소금기 섞인 물에 하수까지 스며 사람이 마실 수
없게 된 가자지구의 물 실태를 설명하기 위해 생수병에 커피를 들이붓기도 했다. 그에게 조심스럽게 이스라엘 메코로트의
담수화 시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숨을 고르더니 말을 쏟아냈다.
“돈을 주면 물을 쓸 수 있는 건 맞다. 그런데 물이 바로 우리 발밑에 있는데, 바로 여기 요르단강에 있는데 왜 돈을 주고 사야
하는가.
우리가 왜 이스라엘의 시장이 돼서, 물을 사는 손님이 돼야 하는가. 사람들은 왜 저수지를 채우지 않느냐고, 물을 끌어오지
않느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돈도 없고, 파이프도 없다.
이스라엘 허락 없이는 문짝 하나 마음대로 달지 못한다. 물은 색깔이 없다. 하마스와 파타로도 나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기본권인 물을 사용하지 못하나. 누가 제발 알려줬으면 좋겠다.”
풀리지 않는 팔레스타인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국제 비정부기구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저널리스트였던 그라치아
카레치아(38)는 팔레스타인에 와서 세상에 대한 인식이 극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단체 ‘알 아크하’는 국제법을 들어
이스라엘의 잘못을 비판한다.
외국인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카레치아는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의의 문제”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물이 점령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자 한다. 이스라엘은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물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자신들의 보고서가 이스라엘 정책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하고 불법 행동을 보여주는 일을 멈출 순 없다고 한다. 알 아크하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물 문제를 단순히 개발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힘이 더 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개발을 막으면서 종속으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단호했다. “현재 이스라엘의 물 정책은 ‘워터 아파르트헤이트’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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