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소식

2013년 7월 15일 오후 01:21

tiger471 2013. 7. 15. 13:25


월드리포트] 참사의 현장을 가다 (2)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나기 추락 현장 취재기

[월드리포트] 참사의 현장을 가다 (2) 관련 이미지

[월드리포트] 참사의 현장을 가다 (2) 관련 이미지


스로틀, 오토스로틀, 오토파일럿, 싱크레이트..

아~ 공부 좀 해 둘 걸. 항공학 개론이라도 읽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서울과 시차로 조각잠을 자느라 몸이 무거운데 머리는 더 무겁다.

취재에도 지식이 필요하다는 평소 지론을 곱씹으며 기자회견에 들어갔다.
모르면 묻고 또 물어 기사를 써야 하는 게 기자의 숙명이다.

데보라 허스먼 NTSB 미 교통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이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전 세계로 생방송되는 현장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고 사실만을 명료하게 설명하는 브리핑에 매료된 모양이다. 미국 언론들은 그녀의 의회 보좌관 시절, 심지어 대학 시절 이력을 소개하는 기사까지 쏟아내고 있었다.

참사2-2
브리핑은 인상적이었다. 천천히 또박또박 답변하는 것도 그랬지만, 일단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이 무엇인지, 뭘 알고 싶어하는 지를 다시 풀어 규명한다. 그리고 그 범주 내에서 답변을 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연일 이어진 허스먼 위원장의 당찬 브리핑에, 한국 정부에서는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조사도 안 끝났는데 너무 일방적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올 법 했다.

하지만, 그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항공기의 속도를 파악할 최종 책임은 조종사에게 있다는 것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착륙에 필요한 속도인 137노트를 내지 못했고, 조종사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니 말이다.

"조종석에 기장이 2명, 뒷자리에 부기장이 2명이나 있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종간을 잡은 파일럿 (flying-pilot) 이외에 다른 3명은 모니터링 파일럿 (monitoring-pilot)입니다."

'화자'는 지금까지 조사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빨라도 앞으로 12달은 조사를 해야 한다고 전제했지만, 역시 '청자'에게는 거의 결론이 다 나온 걸로 들렸다.

생각에 잠길 틈도 없었다. 마지막 브리핑, 가장 중요한 블랙박스 분석 내용을 또 쏟아내고 있었다.

충돌 35초 전, 즉 사고기가 500피트 상공에 도달한 이후의 상황 설명이었다.

18초 전 200피트 콜..9초 전 100피트 콜..

"거의 그 직후에 속도에 관한 첫 언급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500피트 상공에서 시작해 (여러분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500피트 때 "착륙 점검 끝"이라는 콜이 있었고, 100피트 상공 즉 충돌 약 9초전까지는 속도 언급은 없었던 거죠. 그리고 충돌 3초전과 1.5초전 '고어라운드(go-around) 콜이 두 차례 있었습니다."

'고어라운드' 콜을 외쳤을 때는 이미 파국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을 것이다.

논란이 됐던 자동속도조절장치인 "오토스로틀(auto-throttle) 작동에 이상 없었다.." "엔진도 정상 반응했다.." 결국 충돌 전 9초가 지난 시점에야 속도에 문제가 있다고 깨달은 기장, 부기장 책임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전날 브리핑에서 허스먼 위원장은 NTSB 조사팀의 브리핑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못한 바 있었다. 바로 충돌 54초 전 뒷좌석에 앉아 있던 부기장이 '싱크 레이트 (sink rate)' 콜을 했다는 진술 - SBS 뉴스가 단독 보도한 매우 중요한 단서 - 내용이었다. 기체가 급강하하고 있다는 콜이었다. 서울에서 급파된 후배 기자가 이 내용을 취재했다고 했을 때, 대단히 중요한 단서이니 추가 취재를 하라고 당부해 둔 터였다.

참사2-3
'그런데도 충돌 35초 전, 즉 고도 500피트 이후 상황만 설명하다니.. 충돌 전 35초 이후 상황을 들여다 봤는데 충돌 7~8초 전에야 조종석에서 속도에 대한 언급이 처음 있었다?' 어이 없는 프레이밍(framing)이었다.

아! 아침 라디오 연결이 있지. 잠시 회견장 밖에 나가 방송 준비를 해 놓고 다시 들어오니 문답 시간이었다. 손을 들었다.

"충돌 54초 전에 부기장이 싱크레이트 콜을 했다는 진술이 있다고 어제 질문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변은 무엇이죠?"

"조금 전 질문이 뒷좌석 부기장이 싱크레이트 콜을 했느냐는 질문이었는데, 그와 비슷하지만 그 콜이 54초 전에 있었느냐는 질문이군요.."

라디오 방송 준비를 하러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누군가 질문을 한 모양이었다.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종합하면 결론은 이랬다.

"54초 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시점에 누군가 '싱크레이트' 콜을 한 것은 맞습니다.

조사팀은 '싱크레이트'에 관한 콜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습니다.

54초 전이면 대략 1천 피트 상공 정도 될 것 같은데..하지만 그것은 제가 지금 알려드리고 있는 500피트 상공에 이르기 전 상황입니다."

충돌 35초 전 시점에 이르기 전 조종석 뒷자리에서 하강 속도가 너무 빨리 떨어진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이것은 비행기 추진 속도와는 관계가 없다는 말인가?

지금 고도 500피트 이후 상황만 설명하고 있으니 그 전 - 1,000피트 고도 때 - 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바 아니다?

너무도 당당해 보이는 허스먼 위원장의 설명에 허점이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물론 '싱크레이트' 콜 하나가 사고 원인을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충돌 7~8초 전에야 조종사들이 문제를 인식했다는 분석을 허물 수 있는 근거는 된다.

설명의 프레이밍에 왜곡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설령 세세한 설명이 다 맞더라도 틀이 잘못됐다면 전체적인 그림은 일그러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이번 사고 원인의 틀을 결정짓는 마지막 브리핑이다.

굿바이 허스먼! 그런데, 워싱턴 NTSB 본부로 복귀한다니 굿바이가 아니군. 호텔 로비에 진을 치고 마지막 기자회견 내용을 곱씹고 있는데, 오전 TV뉴스에 리포트를 할 수 있겠느냐는 데스크 전화가 걸려왔다. 방송 1시간 전. 시간이 촉박하다.

스로틀, 오토스로틀, 오토파일럿, 싱크레이트.. 아무리 전문 분야라 해도 어설픈 취재로 아마추어적인 뉴스를 내보낼 수는 없다. 다시 '싱크레이트'의 정의부터 뒤졌다. 결국 조사팀이 "충돌 35초 전보다 훨씬 앞서 누군가가 기체 고도가 급강하 중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추가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는 클로징 멘트로 현지 마지막 리포트의 끝을 맺었다.

비난에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합리적 근거도 없이 제식구 감싸기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12달 뒤, 아니 그 전에라도 최종적인 사고 원인 규명에 이를 수 있다.

그때 가면 되돌아 볼 것이다. 누가 편파적인 발표를 했는지, 근거도 없이 억지를 부렸는지, 또 미국 언론이나 한국 언론이나 배타적 애국주의 프레임에 갖혀 진실을 알리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실로 간절히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이는 누구일까? 머나먼 이국 땅에서 숨을 거둔 중국의 어린 학생들과 유족, 그리고 병상 곁에서 눈 뜨기만을 기도하는 부상자 가족들이 아닐까?

태평양 건너 마지막 순간 힘을 내지 못하고 활주로 앞 콘크리트에 충돌하고 만 비운의 아시아나 OZ-214편. 보잉 777-200기의 블랙박스는 이미 그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미국 한인사회, 아시아나기 관련 현지 언론 편파보도에 반발

 

 

미국 한인사회, 아시아나기 관련 현지 언론 편파보도에 반발 관련 이미지

미국 한인사회가 아시아나 항공기의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사고와 관련해 미국 언론의 차별적이고 편파적인 보도가 잇따르자 반발하고 있다.

뉴욕한인회(회장 민승기)는 14일(현지시간) 이번 사고 조사 과정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정보 과잉 공개와 현지 언론의 편파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보도 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인회는 성명에서 "NTSB는 언론을 통해 발표한 후속 조치 계획을 조속히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편파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보도를 한 언론들은 이해할 만한 진상 규명과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 피해자 가족들께 위로를 전한다는 전한다는 한인회는 "해당 기관들의 신속하고 적절한 후속 조치를 기대하고 한인 동포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인들의 권리신장 운동 단체로 뉴욕과 뉴저지에서 활동하는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찬 대표는 "미국 사회에서 큰 사고나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인종차별적 발언들이 나왔다"면서 "이번에도 처음부터 기체나 공항, 관제 등 미국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등의 차별적인 시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아직도 미국 사회 밑바닥에는 인종 차별적인 문화가 존재한다"면서 "미국이 세계 강대국의 위치를 계속 지키려면 이런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NTSB는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조종사 과실을 부각시키고 다른 사고와 달리 조사 진행상황을 과잉 공개해 세계최대 조종사 노조단체인 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로부터 "사고 직후 부분적인 자료를 잘못된 방식으로 공개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 언론들도 NTSB의 브리핑 등을 인용해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몰아갔으며 서열 위주의 권위주의, 높임말이 있는 한국어 등 한국 문화까지 거론했고 한국인 조종사 4명을 인종차별적 농담에서 따온 저급한 엉터리 이름으로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 네티즌들은 "아시안은 운전을 못 한다"는 등 한국인과 아시아인을 조롱하는 글을 올려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다.

한편 한국 국토교통부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조태환 위원장 이름으로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에게 "사고조사 관련 정보를 충실하고 정기적으로 제공해달라"면서 "사고조사 정보는 국제 기준에 따라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NTSB의 지나친 정보 공개에 우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사실상의 항의서한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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