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식품이 4대 사회악?…경찰청, 박근혜와 코드맞추기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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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지난 2일 김기용 경찰청장의 신년사는 ‘지나친 코드 맞추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청장은 이날 시무식 신년사에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파괴범·불량식품 등 민생을 불안케 하는 4대 사회악 척결에 앞장서 줄 것”을 경찰에 당부했다. 문제는 4대 사회악에 불량식품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앞서 박 당선인은 지난달 16일 열린 TV대선 후보 토론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4대악을 반드시 척결하겠다”며 불량식품을 4대악으로 꼽은 바 있다. 이날 ‘불량식품’은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 주최로 유관기관 대책 회의를 갖는 등 협력체제 구성을 논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불량식품 단속은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의 특별사법경찰이 주로 담당하는 업무다.
때문에 김 청장의 대응은 새 정부에 대한 과도한 눈치보기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 본연의 치안업무 보다 불량식품 문제가 그 만큼 무겁고 시급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한 나라의 정책 의제, 특히 치안정책 의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공감대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높은 사람이 중요한 문제라고 하면 그대로 중요한 문제가 되는 풍토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불량식품이 과연 현재 경찰 치안력을 집중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많다. 새 정부와 발을 맞추려는 경찰의 움직임을 탓할 생각은 없다. 불량식품 제조가 명백한 범죄인 만큼 경찰이 예의주시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경찰의 치안은 정권의 변화, 지도부의 교체와 상관없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경찰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눈치만 본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