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많은 한국인에게 여행은 삶의 일부다. 지난해 해외여행에 나선 국민은 2600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여행이 보편화된 데 반해 숙소 사용 예절은 일천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 가장 피부로 느끼는 이들은 여러 나라 투숙객을 접하는 호텔 직원들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I호텔 직원 이모 씨는 “숙소 예절은 예약 단계부터 시작된다”며 “투숙객 인원을 속이고 예약하거나 흡연자이면서 비흡연자로 체크하는 일 등 난감한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흡연자이면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상쾌한 방을 얻기 위해 비흡연룸에 투숙한 뒤 담배를 피울 경우 냄새 제거가 쉽지 않아 큰 문제가 된다. 이 씨는 “보통 한 방을 청소하는 데 40분을 잡는데 이런 방은 3시간 이상 별도의 환기장비를 돌려도 냄새가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며 “최악의 경우 다음 손님을 받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화장실 사용매너도 메이드들에겐 골칫거리다. 대다수의 해외호텔과 외국계 국내호텔들은 배수관 냄새 등 위생상 이유로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한국인들이 이를 무시하고 샤워커튼도 치지 않은 채 샤워를 하다가 화장실을 물바다로 만들기 일쑤다. 서울 M호텔 관계자는 “화장실 밖 객실 카펫까지 다 젖으면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며 “샤워커튼을 반드시 욕조 안쪽으로 치는 것은 호텔 이용 시 필수매너”라고 말했다.
메이드들은 이것을 보면 투숙객의 매너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바로 ‘수건’이다. 작은 부분이지만 다 쓴 수건을 어디에 어떻게 놓느냐를 보면 투숙객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H호텔 관계자는 “한국 손님들은 쓰고 난 수건과 샤워가운을 주로 바닥에 던져 놓는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이나 유럽지역 투숙객들은 대부분 사용한 수건을 욕조 안에 넣거나 세면대 위 한쪽에 쌓아둔다. H호텔 관계자는 “수건을 한쪽에 모아놓으면 치우는 사람도 편하고 바닥에 있는 것보다 위생상으로도 좋다”며 “다음 손님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 셈”이라고 말했다. 보통 매일 갈게 돼 있는 침대 시트나 이불커버를 하루 이상 쓰겠다고 의사표시 하는 것도 좋은 매너다. 시트를 갈 때 힘이 들기도 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나오는 엄청난 양의 빨래를 줄일 수 있어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다른 선진국에 비해 인색한 한국인의 ‘칭찬문화’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외국 투숙객의 경우 객실 상태나 서비스에 만족했을 때 적극적으로 감사 메시지를 남기거나 칭찬카드를 쓴다. 외국계 체인인 서울 C호텔 관계자는 “프론트에 남긴 칭찬메시지는 객실부를 통해 해당 메이드에게 모두 전달된다”며 “그 무엇보다 메이드들이 고마워하는 것이 칭찬이다. 비록 손님은 떠나도 손님의 나라에 대한 이미지는 좋게 남는다”고 말했다. 여행 시 이용하는 숙소는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가정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나의 숙소예절이 단순한 매너를 넘어 다음 숙소 예약 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김지윤 씨는 “숙소 공유 경제의 대표주자인 에어비앤비의 경우 손님만 집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며 “집을 함부로 쓰는 ‘진상고객’은 다른 집주인들이 꺼려 추후 원하는 숙소예약에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특급호텔 메이드들이 알려주는 숙소사용예절 10계명>
1. 예약 시 객실 당 정원과 흡연 여부를 솔직히 밝히자.2. 화장실 바닥에 배수구가 없으면 샤워 시 샤워커튼을 반드시 치자.3. 사용한 수건은 바닥 말고 세면대나 욕조 한 곳에 쌓아두자.4. 침대 시트를 하루 이상 쓰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청소 수고를 덜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5. 외출할 시 여행가방을 전용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바닥 청소가 한결 쉽다.6. 전기포트에 우유를 넣는 것은 금물, 물만 끓인다.7. 수건이나 헤어드라이어, 비상용 플래시 등 공용 비품을 가져가지 않는다.8. 아이를 동반했거나 파티를 할 경우 너무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스스로 유의한다.9. 퇴실 시간을 지켜줘야 다음 손님을 위한 객실 청소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10. 퇴실 시 칭찬카드를 작성하거나 메시지를 남겨주면 큰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