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육

2013년 7월 28일 오후 01:49

tiger471 2013. 7. 28. 13:56


교육·입시‘박정희 미화 비판’ 이유로 파면…영남학원 잔혹사

구재단 복귀 후 ‘박통 신격화’하고 취업률 조작…외부에 고발한 교수 쫓아내

임정철 영남이공대 교수학습센터 교수(55)는 명예훼손, 품위손상,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지난 7월23일

학교로부터 ‘파면’ 통보를 받았다.

‘파면’은 해임보다 높은 징계수위다. 영남이공대 관계자는 “해임당한 교수도 ‘전직 교수’로서 학교에서 예우한다.

예를 들면 학교 시설을 사용할 때 할인혜택을 준다. 하지만 파면당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예우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정철 영남이공대 교수가 7월25일 대구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영남대재단 환수를 통한 정상화 시민대책위 제공

“설마했는데… 아내에게 아직 말 못해”

임 교수는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학교가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징계 통보를 받는 순간 정말 화가 나고 기분이 좋지 않았죠. 그동안 총장의 행보를 비판해 왔는데

총장이 악마처럼 느껴졌어요. 기본적으로 사람은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순간엔 인간의 본성마저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요.”

임 교수는 동료들의 위로를 받다가 파면통보 문서를 출력하기 위해 그날 저녁 연구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문서를 출력하지 못했다. 임 교수는 “이미 아이디가 삭제돼 있었다. 황당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파면당한 사실을 아직 아내에게 말하지 못했다. “3주 정도는 학교에서 짐정리할 시간을

주긴 하니까 학교에 나가겠지만. 내가 학교 안 나가고 집에 있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되겠죠….”

임 교수가 학교에서 쫓겨난 것은 학교 측의 ‘박정희 띄우기’에 대한 비판이 발단이 되었다.

임 교수는 지난해 11월 ‘영남학원 공공성과 정통성 회복을 위한 시민토론회’에 참석해 영남이공대의

박정희 우상화를 폭로했다. 그는 “대선을 앞둔 지난해 학교 후문에서 정문으로 가는 길에 20m 간격

으로 박정희 사진이 펄럭이고 있었다. 총장은 교내 구성원들이 찬성하지도 않는데 학교 이름을

‘박정희대학교’로 바꾸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학교는 박정희 장학금을 만들고, 새마을운동을 미화하는 수업도 개설했다.

올해 1월 임 교수는 학교 측이 국가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학생 취업률을 부풀렸다며 이호성 영남이공대

총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임 교수의 고발장에 따르면 2009년 3월 영남이공대는 취업률을

부풀리기 위해 졸업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이들이 회사에 한 달간 입사했다가 퇴사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다. 2010년 영남이공대는 국고보조금 72억여원을 받았다.

임 교수는 “내가 지적한 것은 모두 사실이다. 이런 비판이 어떻게 해교 행위이고, 명예훼손인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누군가는 학교의 잘못에 대해 호각을 불어야 하고, 그걸 내가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영남이공대 측은 학교 측의 취업률 부풀리기에 불법적인 요소가 일정 부분 있었음은 인정하면서도,

임 교수에 대한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영남이공대 관계자 ㄱ씨는 임 교수를 “학교 발전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은 사람”으로 지칭하며

“그런 사람이 교수들이 학생들 취업을 돕기 위해 뛰어다니는 와중에 발생한 조그만 불법을 검찰에

알린 것을 가지고 양심적 행동이라고 말하고 다닐 수 있나”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자신을 “평범한 교수”라고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 때 대학을 다녔고 1980년대엔 회사에

다녔는데 운동권과는 거리가 있었어요. 2009년 구재단이 복귀했을 때에도 마음에는 안 들었지만

반대는 안 했죠.”

1980년부터 1988년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가족 자격으로 영남대 구재단 이사로

활동했다. 영남대 구재단은 1988년 수십억원의 장학금 비리, 1인당 2000만원의 입시비리 등을 저지른

것이 드러나 영남학원에서 쫓겨났다.

2009년까지 영남학원은 임시이사단 체제로 운영됐다. 2009년 복귀한 구재단의 이사 7명 중 4명은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추천했다. 박 대통령은 정수장학회와 마찬가지로 영남학원 역시 “나와는 무관하다”

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임 교수는 2009년 영남학원의 구재단이 복귀한 이후 학교의 ‘박정희 신화화’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초, 2년마다 열리는 영남이공대 교직원 연수가 제주도에서 열렸다. 학교는 2명의 외부 강사를

초청했다. 그 중에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도 있었다.

“아버지 부시, 아들 부시 하는데 우리도 박 대통령이 둘이잖아요. 지난 대통령은 과박, 현재는 현박 이렇게

얘기를 해요. … 누가 유신하려고 그렇게 하겠습니까. 박정희 대통령의 리더십은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입니다.

”(당시 최외출 부총장 발언 내용)

임 교수는 “당시 최 부총장이 정해진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최 부총장 외에 강사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창조경제를 열심히 홍보하더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원래 섬유신소재학과 교수였다. 대구에서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섬유신소재학과는 폐과됐다.

이후 임 교수는 교칙에 따라 컴퓨터공학 쪽으로 전공을 바꿨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임 교수에게 강의를 주지 않고 외부강사에게 맡겼다.

정지창 전 영남대 독어독문과 교수(66)는 “임 교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집단주의적인 횡포와 보복의

 희생양”이라고 말했다.


이사 7명 중 4명 박근혜 대통령 추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사용한 영남이공대의 홍보물. 영남이공대는

올해 초 이와 유사한 홍보물을 대구지하철 광고판에 실은 바 있다.

|영남이공대 홈페이지

정 전 교수도 영남학원의 ‘박정희 비판’ 재갈물리기의 희생양이다. 1984년부터 영남대 교수로 재직해온

정 전 교수는 2002년 부총장까지 지낸 뒤 올해 초 정년퇴임했다.퇴임을 한 교수는 명예교수 자리에

오르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3월 26일 영남대 인사위원회는 정 전 교수가 학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교수직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 전 교수는 임정철 교수와 함께 지난해 11월 시민토론회에 참석해 영남학원의 구재단 복귀를 비판했다.

“동료였던 교수들로부터 사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듣죠. 학교 측은 ‘명예교수가 되려면 먼저

당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그렇게 모욕적인 방식으로 명예교수가 되어봤자

조롱거리밖에 더 되겠어요?”

정 전 교수는 자신의 명예교수 문제보다 임 교수에 대한 영남이공대의 파면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 교수 파면은 학교 비리 내부고발자를 해고한 큰 사건이다. 그런데 서울이 아니라 대구의 한

전문대에서 벌어진 일이라 그런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지창 전 영남대 교수는 영남학원의 ‘박정희 찬양’과 비리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선친이 부당한 권력으로 획득한 장물을 직접 제자리로 돌려놔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영남학원에서 손을 털고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선언하면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왜 못받겠습니까?”

정 전 교수는 지난해 11월 토론회에서 ‘영남학원의 정통성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재단’을 세우는

방법을 제시한 바 있다.

“(영남대의 전신인)대구대와 청구대의 설립자와 그 후손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구 비리재단과 관련이 없는 인사들로 구성돼야 한다.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된 인사들은 학원

운영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그의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아 있다. 둘이 학교에서 쫓겨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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