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 육

2013년 7월 4일 오후 12:48

tiger471 2013. 7. 4. 13:00


고교 3년내내 매주 1시간 10분간만 휴대폰 사용 허락했더니…
김연주 사회정책부 교육팀 기자


	김연주 사회정책부 교육팀 기자
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가 추적한 시골 무명고교의 학력 급상승 비결


  '○○외고, ○○자율형사립고, ○○국제고… 어! 이건 뭐지?' 지난달 올해 수능에서 1·2등급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들 기사를 쓰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상위 학교 명단에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시골학교’인 양서고란 곳이 보이더니 충남 공주의 한일고, 경북 안동의 풍산고, 충북 청주의 청원고,

경기도 남양주의 와부고, 전북 익산의 익산고, 경남 남해의 남해해성고 등 낯선 학교 이름들이 즐비했기 때문입니다.

매년 고교별 수능 성적 결과가 나오면 ‘올해도 역시 특목고’라는 것을 확인하곤 씁쓸했습니다. 그런데 특목고보다 공부 잘하는 시골 학교들이 있다니?

대체 이 학교들은 어떻게 가르쳤기에 아이들이 서울 강남 학생들보다 공부를 잘 할까요? 두 학교 사례를 추가로 취재해 봤습니다.


①교사들은 학생을 ‘자식’으로 여기고 학생들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아껴주는 경남 남해해성고

힐튼남해골프&스파리조트 등 골프장과 리조트를 운영하는 기업가인 이중명 에머슨퍼시픽 회장은 2005년 어느 날 경남 남해군수를 만났습니다.

군수는 “폐교 위기에 있는 학교가 있는데, 한번 맡아달라”고 했습니다. 이 회장은 “시골 학교를 맡아 평생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

으로 학교를 맡습니다.

	경남 남해군 남해해성고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24시간 교사의 밀착 지도를 받는다. 우수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 혜택도 받는다. /남해해성고 제공
경남 남해군 남해해성고 학생들이 과학실에서 실험하고 있다. 이 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24시간 교사의 밀착 지도를 받는다. 우수 대학에 입학하면 장학금 혜택도 받는다. /남해해성고 제공

이 학교가 우리나라 최남단 경남 남해군 남면 평산리에 있는 남해해성고입니다. 한때 학생 수가 400명이었으나 100여명까지 줄어

폐교 위기에 몰렸던 것입니다.
이종명 회장은 이 학교의 이사장에 2006년 취임했습니다. 그의 취임 일성(一聲)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공부시켜주고, 대학까지

보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해성고는 2004년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자율고’로 지정됐는데, 이 회장은 기숙사부터 지었습니다. 남해군은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적으므로 남해군 밖에서 아이들을 데려와야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신입생 116명 중 부산·대구·광주 등 외지에서 온

학생들이 85명입니다. 외지 학생들을 비롯, 전교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합니다.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도 내걸었습니다. ‘중학교 내신 3% 이내’ 학생이 입학하면 고교 3년 내내 기숙사비·수업료를 면제해줬습니다.

또 학생들이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에 들어가면 2~4년치 대학 등록금까지 다 대줍니다.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왔다고 해서 수능 성적이 저절로 잘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비결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최성기 교장 선생님은 “우리는 그야말로 대식구”라고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최 교장의 말은, “교사들이 학생을 ‘자식’으로 여기고 밤낮없이 열심히 가르치고, 학생들끼리도 선배를 형, 후배는 동생으로 여기며

아껴준다”는 뜻입니다.

교사들은 1인당 학년별로 3명씩 총 9명의 ‘멘티’를 두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멘티 학생들의 생일을 챙기고 언제든 고민 상담을 하면서

‘자식과 부모’ 같은 관계를 형성한다고 합니다. 또 같은 교사를 ‘멘토’로 둔 9명의 학생들끼리는 ‘형제·자매’와 같이 지냅니다. 이렇게

지내니 공부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학교 폭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 학교 아이들은 학원에 안 다닙니다. 대신 학생들은 학교 교사를 ‘개인 과외 교사’ 삼아 공부합니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밤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합니다. 교사들 절반 이상이 매일 9~11시까지 남아 아이들 공부를 봐줍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은 시도 때도 없이 원하는

교사에게 ‘나만의 수업을 해달라’고 합니다. 화학 2단원을 잘 모르는 아이들 3~4명이 “오늘 밤 10시부터 이 부분 좀 가르쳐달라”고 화학

교사에게 요청하는 식입니다.

교사들은 집에 퇴근해서도 언제든 학생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스탠바이’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궁금한 부분이 있으면 교사에게

전화해 물어보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는 토요일에도 수업을 합니다. 학생들은 한달에 한번 주말에 집에 가고, 나머지는 주말에도 학교에 쭉 머뭅니다. 학교폭력·담배·

휴대전화가 없는 ‘3무(無) 학교’를 실천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평소 학교에 휴대전화를 반납했다가 일주일 중에 일요일 오후 5시30분~

6시40분까지 딱 1시간 10분간만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받습니다. 남해해성고는 2013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4명 중 1명꼴(27.8%)로 수능

1·2등급을 받았습니다. 경남 지역 전체 186개 고교 중 7위입니다.


②휴대전화 없이 하루 24시간 학교 겸 전원 기숙사 생활하는 경기 양평 양서고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에 있는 양서고 졸업생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47.5%)가 수능에서 1·2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비율은 외고·자사고·

일반고 등 전국 2242개 고교를 통틀어 49위입니다. 웬만한 특목고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뜻이지요. 올해 졸업생 195명 중 39명(20%)이

서울대·연대·고대에 들어갔습니다.

	양평 양서고 1학년 3반 교실에서 전철(수학) 교사와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kimkahns@chosun.com
 
양평 양서고 1학년 3반 교실에서 전철(수학) 교사와 학생들이 프레젠테이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건수 객원기자

졸업생 5명 중 1명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들어가는 양서고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서울, 수원 등 대도시에

우수한 학생들을 빼앗기던 시골학교였습니다. 2003년 전국에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자율고가 되면서 달라졌습니다.

양서고는 1985년부터 기숙사가 있었는데, 이 장점을 최대한 살렸습니다. 통학하면서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학교에서

최대한 머물며 공부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학생들은 매월 넷째주 금요일 오후 5시에 집으로

갔다가 일요일에 돌아옵니다. 그 외엔 학교가 집이자 공부 장소인 셈입니다.

학생들은 학원에 가는 대신, 학교 교사와 하루종일 공부합니다. 이 학교의 한상 교감은 “전체 60명 교사 중 25명 이상

매일 9~10시까지 남아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며 “늦게까지 남아서 학생들 상담하고 질문에 대답하는 교사들의 열정이

없었으면 아이들 성적이 이렇게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규율은 매우 엄격합니다. 벌점이 쌓여 7점이 되면 집으로 가정통신문이 발송됩니다. 10점이 되면 ‘1개월 기숙사 퇴사’를

당합니다. 휴대전화는 아예 소지하지 못합니다. 부모님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기숙사 사감이나 담임 교사를 통해

언제든지 전화할 수 있지만,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시간 낭비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한상 교감은 “기숙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단체 생활에 적응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우리 학교에 지원을 하지 말라고 얘기

한다”고 말합니다. 하루 24시간 학교에서 생활하는 만큼, 여러 학생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양서고 학생들이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일엔 열심히 공부하고 주말엔 스트레스를 발산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토요일에 밴드, 사물놀이, 봉사 등 32개 동아리 활동을 합니다. 인근의 세미원, 항교 등과 연계한 지역 봉사

활동도 합니다. 양서고의 우수 학생들이 인근의 양수중 학생들 공부를 봐주는 ‘토티 스쿨’은 지역 학부모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양서고 학부모들은 한달에 얼마를 부담해야 할까요? 기숙사비·급식비·세탁비·수업료·특강비 등 개인 부담 비용을 모두

합하면 한달 평균 70만~75만원 정도가 들어간다고 합니다. 양서고는 2011학년도부터는 경기도 지역에서만 학생을 모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