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013년 6월 19일 오후 12:36

tiger471 2013. 6. 19. 12:58



왜 고갱인가… 보라, 이상향 꿈꾼 예술혼

 국내 첫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展
‘3대 걸작’ 세계 최초로 한자리에
총 60여점 보험액만 1조5000억
서울시립미술관서 9월29일까지

영원히 철들지 않는 심장으로 자유를 갈망했던 작가, 폴 고갱(1848∼1903). 그는 자서전 ‘폴 고갱, 슬픈 열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본래부터 성품이 자유롭고 사회성이 부족한 탓에 어떤 단체에 가입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선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것은 해일에 밀려 암초에 좌초되어 인키크 항구에 떠내려온 쌍 돛배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증권거래소 직원으로 일했던 그는 늘 산업 문명으로 부패한 도시를 떠나 대자연의 품에 안기길 소망했다. 그리고는 실제로 자연을 찾아 남태평양 타히티의 파페에테 섬으로 간다. 두 달 걸려 찾아간 그곳은 이미 문명의 때가 묻어 있었고, 실망한 그는 다시 마타이에아로 떠난다. 문명의 흔적이 거의 없는 마타이에아에서 고갱은 원시적 생활을 만끽하게 된다. 이곳에서 그린 그의 작품에는 타히티섬의 강렬한 태양과 풀 냄새, 그리고 인간의 생명력이 짙게 배어 있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 고갱 전시본부 제공

◆왜 고갱인가

고갱은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과 함께 20세기 현대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로 꼽힌다. 고갱이 대체 왜 그렇게 대단한가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고갱은 인상주의 시대를 마감한 최초의 근대화가이다. 고갱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던 전통회화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것을 주관적 감정으로 화폭에 그려낸, 20세기 새로운 창작시대의 선구자였다.

그는 프랑스 브르타뉴의 시골마을 퐁타방에서 과감한 원색과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분할법으로 현실과 상상을 접목한 종합주의 회화기법을 발명함으로써 새로운 미술 사조를 이끌었다. 그의 새로운 양식의 회화는 야수주의, 표현주의, 입체주의, 나아가 추상미술에 이르는 20세기 미술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설교 후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소장.
고갱 전시본부 제공
무엇보다도 고갱은 창작을 향한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진정한 예술가였다. 현실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가난한 예술가였지만, 늘 문명을 벗어난 이상향을 꿈꾸며 창조와 파괴를 재료 삼아 도전을 즐겼다.

그의 대표작을 단 하나만 꼽자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Where Do We Come From, What Are We, Where Are We Going)’를 들 수 있다. 이 그림은 고갱의 폴리네시아 시기를 상징하는 걸작이자 고갱 예술을 이해하는 열쇠를 쥐고 있는 작품이다. 인간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삶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고갱의 인생관, 철학관 등을 함축하고 있다. 폭 4m에 달하는 벽화양식의 이 걸작은 고갱의 작품 중 크기가 가장 큰 것이기도 하다.



‘황색 그리스도’, 올브라이트녹스 아트 갤러리 소장.
고갱 전시본부 제공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

고갱 예술의 발자취와 의미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국내 최초의 전시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가 열린다. 고갱 예술의 특징을 양분하는 브르타뉴 시기(1873∼1891)와 폴리네시아 시기(1893∼1903) 대표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전시 사상 세계 최초로 고갱의 3대 걸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설교 후의 환상’ ‘황색 그리스도’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 전시는 전 세계 30여 미술관에 소장된 고갱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고갱은 오랜 방랑과 여행으로 현재 그의 작품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소장자들의 손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 이번 전시를 위해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위시한 7군데 미국 미술관, 파리 오르세 미술관을 비롯한 20군데 유럽 미술관, 모스크바 푸시킨 국립 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30여 미술관에서 60여점의 작품을 빌려왔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국내 전시사상 최고가의 보험 평가액을 기록했다. 전시 작품 60여점의 보험평가액은 총 1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2007년 반 고흐 전시에서 기록한 보험평가액 1조원을 훨씬 웃도는 가격이다. 전시 작품 중 최고가는 보스턴 미술관 소장의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왔는가’다. 단일 작품으로는 가히 천문학적이라 할 수 있는 3000억원의 가치가 매겨진 작품이며, 이 밖에도 1000억원을 웃도는 작품이 즐비하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고갱 작품을 재해석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이 ‘고갱 그리고 그 이후’인 이유다. 고갱이 추구하던 낙원의 의미를 현대적 시각으로 풀어낸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9월29일까지.